안녕하세요, 이정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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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나는 호기심이 많았다. 질문이 많아서 엄마가 힘들어하실 정도였고, 상상하는 걸 좋아했다. 어느 순간 "우주"에 빠져들었는데, 우주를 알아갈수록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가 선명해졌다. 그 감각은 때로 무서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 질문들은 결국 한 가지로 수렴했다. "주어진 100년을 어떻게 살아야 의미가 있을까?"

내가 태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던 세계를 떠올려보면, 내가 태어난 세계가 "그 전과 똑같다면" 내 존재의 의미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태어남으로써 세상이 달라졌으면 좋겠다. 가능하면 사람들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바꿀 정도의 변화를 만들고 싶었다.

처음에는 연구를 해서 노벨상을 받는 상상을 하기도 했고, 정치 같은 길도 잠깐 떠올렸다. 그러다 스티브 잡스나 여러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확신이 생겼다. 창업은 제품 하나로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바꿀 수 있는 일이었다. 그때부터 "언젠가 창업을 하겠다"는 생각이 내 삶의 중심 목표가 됐다.

KAIST에서: 디자인과 개발, 그리고 첫 휴학 창업

재수를 거쳐 KAIST에 입학했지만, 입학하고 나서 또 다른 고민을 했다. "창업을 하려면 무엇을 전공해야 하지?" 존경하던 많은 CEO들이 컴퓨터공학 출신이었던 탓에 처음엔 전산을 떠올렸지만, 학교에 산업디자인 전공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산업디자인이 단순히 예쁜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설계하는 학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나는 "이건 창업과 거의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산업디자인을 주전공으로, 전산학을 복수전공했다. 다만 전산은 재미가 없었고, 학기가 빡빡해질수록 "지금 듣는 수업들이 내가 원하는 삶에 도움이 되나?"라는 회의가 들었다. 결국 3학년 2학기에 휴학을 하고, 팀을 꾸려 처음으로 제대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때 처음으로 린 스타트업, MVP 같은 개념을 알게 됐다. 첫 아이템은 QR코드를 찍으면 메뉴를 보고 주문/결제까지 되는 서비스였다(2018년, 거의 유사 서비스가 없던 시기).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아무도 QR코드를 찍지 않았다. 그렇게 첫 시도는 접었다.

이후에도 영양제를 추천해주는 서비스 등 여러 아이템을 만들며 가능성을 탐색했지만, 개인 맞춤형 영양제는 제조 비용과 규제라는 큰 벽이 있었다. 무엇보다 그때의 나는 개발을 할 수 없었고, 개발자를 채용하려 해도 지원 자체가 거의 없었다. "아직 내 역량이 부족하구나"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개발을 선택한 이유: "창업에 필요한 역량"을 만들기 위해

창업을 장기적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병역 문제 포함)도 있었고, 결국 나는 방향을 바꿨다. 역량을 먼저 키운 뒤 다시 도전하자. 산업기능요원 제도를 준비하며 2020년 휴학 후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와 개발을 독학하기 시작했다. 자바스크립트부터 시작해 리액트를 배우고, 퇴근 후엔 매일 카페에서 사이드 프로젝트와 공부를 반복했다. 이동 시간까지 포함해 거의 모든 시간을 개발에 쏟았다.

운 좋게도 AI 드론 스타트업 니어스랩에서 복무를 시작할 수 있었고, 그 3년 동안 나는 "창업가처럼 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환경", "어느 정도의 네임밸류", "함께할 동료"라는 기준으로 다음 스텝을 준비했다. 그 결과, 내가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는 당근(당근마켓)이었다.

1년간 집중적으로 실력을 끌어올린 끝에 당근에 합류했다.

당근에서 배운 것: 제품 그로스와 오너십

당근에서는 부동산 직거래 서비스 팀에 합류했고(팀의 세 번째 멤버), 작은 팀에서 약 2년 반을 일했다. MAU 30만일 때 시작해 700만까지 성장하는 과정에서 제품이 커지는 방식을 가까이서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가장 크게 배운 건 오너십(Ownership)이었다. 팀의 모든 사람이 제품을 "회사 일"이 아니라 "내 제품"처럼 만들었다. 나 역시 밤낮 없이 고민하고, 아이디어가 나오면 빠르게 배포하며 그 문화 속에서 성장했다.

복지도 좋았고 스톡옵션도 받았지만, 나는 결국 퇴사를 선택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창업을 결심하며 선배 창업가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인생에서 내가 크게 리스크를 질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을 수 있다"는 감각이 강하게 왔다. 결혼과 가정이 생기면 선택지가 줄어든다. 그리고 유니콘을 만들려면 5~10년은 몰입해야 한다. 그때 나는 "지금이 아니면 더 늦을 수 있다"고 느꼈다. 당시 내 나이는 28이었다.

첫 번째 창업(2024): AI와 '책'을 시작점으로

퇴사 후 2024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창업을 시작했다. 그 시기 나는 AI가 바꾸는 세상을 보며 강하게 끌렸고, 동시에 "빅테크를 어떻게 이기지?"라는 고민도 했다. 하지만 커서(Cursor) 같은 사례를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 결국 중요한 건 AI 자체가 아니라, 특정 도메인에서 AI가 진짜 가치를 만들도록 하는 인터페이스라는 결론에 가까워졌다.

초기엔 "책 읽는 방식"이 AI 시대에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 믿었고, 그래서 책 요약을 카톡으로 전달하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몇 달간 시스템과 어드민까지 구축하며 밀도 있게 달렸지만, 출판사와의 계약 과정에서 업계의 불신과 이해 부족이라는 장벽을 크게 느꼈다. POC까지는 가능했지만, 이 길이 쉽지 않겠다는 판단 끝에 피벗을 결정했다.

Pivot: Alt(알트) — On-device AI로 '무료 무제한 음성 기록'

지금 만들고 있는 서비스는 Alt(알트)다. 출발은 꽤 즉흥적이었다. 원래는 메신저를 만들려던 팀이었는데, 코파운더가 학교 수업을 들으며 PC에서 음성인식 모델을 직접 돌려 수업을 전부 기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클로버노트 같은 서비스는 월 300분 제한이 있어 수업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있었다.

우리는 조사했고, 결론은 명확했다. "온디바이스 AI로, 한국어 음성 인식을 제대로 하고, 무료 무제한으로 제공할 수 있으면 강한 니즈가 있다."

2~3일 동안 엔진을 깎아보며 가능성을 확인했고, 결국 출시까지는 한 달 정도가 걸렸다. 초기 제품은 허술했지만, 커뮤니티(에타, 링크드인, 개발자 커뮤니티 등)에 공유하자 반응이 빠르게 왔다. 긱뉴스에서 1등을 하기도 했고, 해외 커뮤니티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짧은 기간에 다운로드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우리는 "이걸로 가볼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지금의 알트는 사용자의 PC에서 음성인식 모델을 직접 구동한다. 서버/API 비용 없이 운영할 수 있어 음성 기록을 완전 무료·무제한으로 제공할 수 있고, 그 위에 요약, 필기(서기) 같은 AI 기능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영향력과 환경

나는 좋은 영향력 자체도 중요하지만, 특히 "내가 아니면 생기지 않았을 영향력"에 더 동기부여를 느끼는 편이다. 또한 영향력은 리니어하게 커지는 것보다, 곱셈처럼 커질 때 더 강하게 끌린다. 그래서 과외나 개인 활동보다도, 더 많은 사람에게 닿는 제품과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자연스럽게 마음이 간다.

그리고 한 가지를 매우 믿는다. 사람은 DNA와 환경으로 만들어진다. DNA는 당장 바꿀 수 없지만, 환경은 바꿀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어떤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지", "내 주변에 어떤 동료가 있는지", "어떤 성장 속도의 조직에 있는지"를 삶의 중요한 의사결정 기준으로 둔다.